
패스포트 - From Gobi to Siberia
김경주 산문집
_뻔하디 뻔한 여행의 감상을 이쁘장한 사진 옆에 보기 좋게 모아 놓은 흔하디 흔한 요즘의 여행기(라기보다는, 그저 싸이월드 사진첩 모음에 다름 아닌 것처럼 보이는)들이 이제는 물릴 정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한 행 한 행 읽어내릴 때마다 가슴을 파랗게 물들였던 시를 쓴 시인의 책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밤의 한가운데로 그 사전들의 체온들을 분류하면서 죽은 자들의 사전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것은 글을 쓰는 동안 나에게 허락된 유일한 눈이었다. 눈은 언어의 한가운데 춤추는 사람들이 떠다니는 것이다.
_'여행기'가 아니라 '산문집'이라 이름 붙여 놓은 책에 어떤 세세한 기록이나 플롯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쓴다는 것과 '산문'을 쓴다는 것의 차이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글이다. 위의 문장들처럼, 문장 하나 하나는 아름답디 아름다워 고이고이 간직하고 싶을 정도지만, 그런 문장들을 잔뜩 모아놓았을 때엔 글 자체를 읽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문장마다 새로운 '선언'을 계속하는 글들은, '산문'이라는 이름을 달기엔 너무나 비유와 감정의 과잉인지라, 읽다가 조금은 질려버릴 정도였다.
_시인이라는 사람들이 사고하는 방법과 어휘를 고르는 방법이 보통 사람들과는 너무 많이 달라서인지는 모르겠다. 아니면, 그저 내가 이런 정도의 감성을 소화해내기에는 너무 메말랐으며 상상력이 부족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내게는 그렇게 각자는 너무나 이쁜, 하지만 잔뜩 쌓여 있는 그 화려한 문장들을 보며 조금은 뭐랄까, 너무나 예쁜 얼굴에 꼴 사나운 진한 화장을 한 여인을 보는 느낌이었다.
_흔하디 흔한 요즘의 여행기들에서 내가 싫어했던 건 그 숱한 '트렌디한 일갈'이다. 모아 놓으면 예뻐보일 수 밖에 없는 엑조틱한 사진들에 과잉 감성으로 터질듯한 문장들. 마치 나는 이 정도로 고상하고 너희들은 속물일 뿐이라는 은근한 무시를 내포하고 있는 듯한.
내 워크맨 속 갠지스 같은 시를 쓴 그의 문장들은 분명 그런 싸구려 문장들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도 단단하며, 심지어 그런 문장을 쓸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서러울 정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배치하는 방법과 그 문장들을 읽을 때의 느낌에 대해 고려해봤어야 하지 않나 싶다. 때문에, 저자가 책에 싣기도 한 조연호 시인의 편지글에서처럼, "읽기는 쓰기보다 뒤쳐진다."
more..
_Cut & Paste.
"한 줄의 시를 쓰기 위해선 많은 도시와 사람들 그리고 사물을 보아야 하며 동물들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응시라는 새로운 발성을 배우는 법이기도 하다."
"철학을 전공했는데 취직도 힘들었고 주섬주섬 읽은 것 때문이었는지 졸업 때쯤 어차피 인생은 늘 피곤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국화꽃 사나이
"언제나 삶은 방향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되곤 하는 것 같아요. 여행이 하나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었듯이. 혹은 좋았던 누군가가 내게서 벗어나 떠났다고 해도 그의 방향은 존중되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lea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