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

번화가 스타벅스 같은 데에 앉아있다가 보면 괜시리 말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사소한 잡담부터 건네지만, 커피도 마시지 않으면서 내 옆에 앉자마자 5분만에 읽는 책이 뭐냐는 둥 말을 건네는 건 분명 말을 거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대놓고 물어봤다. 계속 말 돌리지 말고, 도대체 당신네들은 어떤 단체에서 왔고, 무엇을 말하고 싶으며, 내게 어떤 것을 원하냐고.

십 분을 할애하겠다 했다.
그리고 '세계는 9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마치 초끈 이론과 주자학을 버무린 뒤 도가 사상 양념을 뿌려 놓은 것 같은 강의를 30분간 들었다.

결론은, 자신들의 단체가 주장하는 바대로 액운을 떨치기 위해 '돈을 내고' 자기들의 방식대로 제사를 지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한다 했고, 그들은 아쉬운 표정을 온 얼굴에 담은 채 가 버렸다.

그들이 가고나서, 그들의 단체라는 곳을 검색해 보았다; 그 단체는 피라미드의 방식을 동원하여 성금조의(치성) 금액을 신입 회원, 그리고 피라미드 아래 단계의 사람들로부터 갈취할 뿐 아니라 구타, 살인 사건의 은폐 등 아주 전적이 화려한 민족종교의 분파였다.

대학교 1학년 때에는 성경 공부를 하자는 사람을 따라가 입씨름을 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등학교 동창이 아르바이트라고 데리고 간 피라미드 회사에서 손발리 오그라드는 강연을 듣고는 하루 종일 그 친구와 말싸움을 했었다.



그리고 오늘 또 나는 그렇게 리처드 도킨스의 밈Meme 이론 [종교(또는 사상)는 일종의 정신적인 바이러스라서 사람들 사이에 쉽게 전파되며 (결국 인간을 해한다는) 이론 또는 개념어] 을 더욱 더 신뢰하게 되었다.

정신은 몸보다 쉽게 감염된다. 그리고 감염된 정신은 마리오네뜨 인형처럼 신체를 다루며 밈이 원하는 목적을 수행한다. 몸에는 백혈구가 있지만 정신에는 뭐가 있을까, '논리'와 확률(에 대한 추측)? 그 마저도 저절로 발생하는 백혈구와는 달리 개개인이 '오래된 연장통' 안에서 알아서 발명해야만 하는.

leaf

2010/03/10 03:27 2010/03/10 03:27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등도 안 시켜주는 더러운 세상,
참가 자격도 주지 않는 이 더러운 세상,
이라고 세상에 대한 비난을 마구 쏟아내고 싶지만 그건 역시 하늘 보고 짖는 개가 멍청해 보이는 것과 같아서, 하면 할 수록 내가 바보가 되는 일이라, 나는 그 욕을 삼키고 다스리련다, 라고 하니 결국에는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세상은 굴러가는데 나는 침묵만을 지키고 있다.
사사로운 소회나 현 상황에 대한 보고조차 개가 멍멍대는 것과 별 다를 바를 못 느끼겠어서, 침묵만이 가능하다.


그래도 가끔씩 뒤틀릴 때면, 나는,
멍멍멍멍멍.

leaf

2010/03/09 17:27 2010/03/09 17:27

Oracle Bones

Oracle Bones
Peter Hessler

_베이징에서 기사 스크랩부터 시작해 저널리스트 생활을 한 피터 해슬러가 2000년대 초 중국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가 추적한 갑골문 학자들 이야기와 묘하게 엮인다.

_저자가 취재한, 갑골문 학자들이 겪었던 20세기 초 중국 험난했던 시절의 이야기들이,  저자가 2000년대 초의 중국 생활 속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이야기와 묘하게도 어떤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갑골문으로 대변되는 한자, 그리고 그것이 중국인들에게 의미하는 바와 대만, 신장, 북경, 심천의 이야기들...또한.

_인류학에 몸 담기도 했던 작가의 전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곳곳에서 작가가 세상을 바라볼 때의 어떤 차분하고도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 '따뜻한 시선'이라는 것은 어쩌면 '의도와 편견이 없는' 시선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옥스퍼드를 졸업하고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자 무작정 중국으로 건너간 그이기 때문에, 그렇게 스스로를 비워낸 이이기 때문에 그런 시선이 가능한 것 아닐까.

_소위, "longitudinal narrative non-fiction", 종단적 서술형 넌픽션, 여러 시대의 실제 이야기들을 일관성있게 엮음. 이런 구조 안에서는, 아무리 사소한 일상의 자잘한 단편이라도 과거과 미래 사이에서 연관되어 맞춰지는 퍼즐 조각들이 있어, 그것 역시 어떤 세상을 조직하는 일부로 만들어준다. 물론, 그런 조합을 할 수 있는 통찰과 집요함은 또 다른 이야기이겠지만.


. toto's treat, 3개월만에 소화.

leaf

2010/03/04 03:31 2010/03/04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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