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ck overflow


아침에 눈은 뜨지 않아도 손으로 더듬거리며 머리맡의 아이폰을 찾는다. 그리고 자기 전에 팟캐스트를 틀어놓고 잠에 든다.




처음 이 놈을 손에 쥐었을 때만 해도 난 나의 뇌가 확장되는 것이라고, 내가 인지할 수 있는, 그리고 닿을 수 있는 세상의 범위가 그만큼 넓어지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웬걸, 시간이 가면 갈 수록 과도한 정보의 양과 너무 잦은 멀티태스킹 속에서 오히려 나의 존재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마치 공각기동대처럼, 나의 존재가 정보라는 빗방울에 씻겨 네트워크의 하수구 속으로 쏟아져 디지털 쓰레기의 바다에 희석되어 녹아버리는 것만 같다.

많은 정보가 더 많은 능력을 의미한다고 여겼던 내가 우습기만 하다. 정보를 필터링하는 능력은 전혀 연습해보지 않고, 최대한 많은 것을 모아둔 뒤에 분류하고 버리려 한다. 그런데 분류를 위한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그리고 많은 정보들과 선택 가능항 안에서 삶의 문제들을 '선택'하는 것은 정보의 총량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이다. 무언가를 가치 평가 하에 선택하는 것은 대부분 인문학적인 문제다. 그건 어떻게 매뉴얼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정보력이 더 나은 삶을 보장할 것이라는 논리는 하드웨어 스펙이 좋은 게 더 나은 스마트폰이라는 논리와 같다.

뭐래니. 아무튼.

설탕이 과도하면 비만을 부르듯이, 정보가 과도하니 집중력 저하와 공감 능력, 사회성의 약화를 초래한다. 정말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점점 너무 자주 내가 지금 무엇을 하려는지 까먹고, 머리 속에 정보가 머무는 시간은 점점 짧아져만 간다. 팟캐스트와 뉴스 기사는 하루 단위, 트윗은 분 단위. 그게 지나면 쓸모를 다한다. 그런데 그건 내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쏟아져나온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새로운 정보들을 다 체크해야만 한다는 전혀 근거 없는 의무감을 갖고 뇌에 정보를 구겨 넣는다.


합병증을 부르는 비만을 피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하듯이, 멘탈 다이어트도 필요한 것 같다. Uni-tasking을 의도적으로 한다고도 하는데, 내 생각엔 '명상'이 훨씬 나을 것 같다. 또는, 짧더라도 다른 감각이 제거된 상황에서 앞의 한 가지 물체에 집중하는 것. 또는, 옴- 을 길게 소리내는 것. 

leaf

2010/06/10 02:57 2010/06/10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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